조현병
사례
고등학생인 김군은 공부는 잘 하지만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고 선생님께 야단 맞을까봐 불안해 하는 편이었다. 고 2가 되면서 공부에 대한 부담이 커지자 많이 긴장했고 시험때가 되면 불안해서 공부를 못하고 성적이 떨어졌으며 부모님께 야단을 맞았다. 김군은 잡념이 많아져서 집중을 못하고 밤에 잠을 잘 못자고 교실에서는 친구들이 자신의 흉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생겨서 사람들 눈치를 보고 더 위축되었다. 수개월후 김군은 등교를 거부하면서 방에서 문을 잠그고 나오지 않고 '누군가 나를 따라다닌다'며 창문에 커튼을 치고 '친구들이 나에 대한 나쁜 소문을 학교에 퍼뜨려서 학교에 못 간다'고 했다. 김군은 방에서 혼자 중얼거렸고 부모님이 왜그러냐고 물으면 벌컥 화를 내며 물건을 집어던졌다. 밥도 혼자 먹고 잘 씻으려고 하지도 않아 부모님에 의해 클리닉에 내원하였다.
증상/진단
초기에 성격의 변화, 대인관계 회피, 집중력감퇴, 특이한 관심(종교, 기, 식이요법 등..)에 심취함, 수면장애 등으로 서서히 증상이 시작되다가 병이 진행되면 이상한 행동, 알아듣기 어려운 혼란된 말을 하고 환청, 착각, 환시 등 이상한 지각경험을 하게 됩니다. 환청의 내용은 자신을 비난하거나 욕하는 내용, 음란한 내용, 행동을 일일이 지시하고 행동에 대해 언급하는 것 등으로 환청에 따라 행동하거나 환청과 대화하느라 혼잣말을 하기도 합니다. 피해망상, 과대망상, 신체망상(몸에 뭔가 이상이 있다..), 감정이 둔해지고 표정이 굳어지는 증상도 나타납니다. 병 전과 비교하여 사회적 기능, 자신을 관리하는 면 등에서 현저한 기능감소가 일어납니다. 양성증상과 음성증상이라는 용어도 많이 사용되는데 양성증상은 환청, 망상과 같이 없던 것이 새로 생기는 것이고 음성증상은 인지기능, 사회기능의 결핍 등과 같이 있던 것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재발하고 만성화하는 경향이 있어 전체의 1/3정도는 경과가 좋고 1/3정도는 재발하면서 그런대로 생활하고 1/3은 재발과 기능상실이 심합니다.
원인
생물학적 원인
여러 비정상적 유전인자들이 서로 조합하여 조현병의 다양한 증상을 일으킨다는 다인 자설이 유력하고 부모 중 한 사람에 같은 병이 있는 그 자녀가 병에 걸릴 확률은 10%정도로 높아집니다.
생화학적 원인
뇌신경전달물질 중 도파민 활동이 부족하거나 과잉상태가 되어 증상이 생깁니다. 이를 근거로 약물이 개발되어 치료의 전기가 되었습니다. 요즘은 도파민뿐만 아니라 세로토닌, GABA등 여러 신경전달물질간의 균형이 깨짐으로 인해 발병한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대뇌구조의 이상
변연계와 전두엽 등 대뇌 구조의 이상으로 인해 조현병이 발병한다는 연구가 계속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뇌 컴퓨터 촬영이나 MRI, PET등의 촬영을 통해 뇌기능과 구조의 이상이 밝혀지고 있다.
심리학적 원인
살아가면서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스트레스가 닥치면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정신기능의 균형이 깨지는 것으로 설명합니다. 어린 시절 건강한 자아기능을 형성하지 못하여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고 감각, 사고과정에도 이상이 생깁니다. 가정의 분위기가 비판적이고 감정표현이 너무 강하고 적개심이 많거나 간섭이 지나칠때도 증상악화에 기여하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정보처리의 이상
외부자극중 불필요한 자극을 걸러내지 못하여 과자극 상태가 되고 대뇌에서 정보를 잘 처리하지 못하여 정신적 혼란과 사고장애를 초래한다는 것입니다.
진단과 검사
조현병은 여러 유형이 있어 그 치료과정과 예후도 이에 따라 많이 달라집니다. 그러므로 초기에 어떠한 유형인지를 뇌기능검사를 통해 진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뇌기능장애가 별로 없는 경우 조기에 신속하고 적극적인 치료를 통하여 사회에 정상적으로 복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뇌기능장애가 심해 만성적인 치료를 해야 하고 정상적인 사회복귀가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치료
치료가 꼭 필요한 이유
조현병은 적절한 치료에 의해 경과에 많은 차이를 보일 수 있습니다. 뇌기능장애가 심한 경우라도 발병초기에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서 재발률을 감소시키고 상대적으로 기능의 저하를 막을 수 있는 반면, 치료시기를 놓치고 재발을 거듭하는 경우에 증상의 악화, 성격의 변화, 사회기능저하가 매우 심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시기에 발병했으나 부모가 병인지 잘 몰라서, 혹은 병이라고 생각했어도 남보기에 창피해서 혹은 기다리면 나아질까 싶어서 치료를 받지 않고 지내다가 매우 심해져서 뒤늦게 치료를 해도 회복이 잘 되지 않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만성화가 된 이후에는 급성시기에 비해서 치료에 대한 반응이 대개 떨어지기 때문에 더더욱 초기에 치료를 받아야 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 꾸준한 유지치료가 필요합니다.
치료에 대한 오해
다른 정신과질환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지만 의사가 약을 처방하더라도 의사의 지시대로 약을 먹지 않는 경우가 흔합니다. 정신과 약을 먹는다는 것이 사회적 낙인이 될까봐 걱정하고 약에 중독될까봐, 부작용이 생길까봐 염려하며 정신을 약으로 조절한다는 것이 자신의 의지가 박약해지고 뭔가 불완전한 인간처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증상으로 인한 괴로움이 조금만 줄어들어도 본인이 약을 끊거나 보호자가 약을 중단하고 스스로의 의지로 증상을 조절하도록 종용하여 재발을 촉발합니다. 이러한 태도는 모두 정신과 질환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증상이 정신적인 문제로 나타나기 때문에 내과적인 증상과 달리 본인의 의지나 성격, 노력에 의해 조절될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증상은 본인의 의지로 조절되는 범위를 벗어났기 때문에 증상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며 고혈압이나 당뇨가 본인이 의지를 굳게 가진다고 해서 조절되는 것이 아닌 것과 똑같습니다.
조현병의 치료는 고혈압, 당뇨병의 치료와 유사합니다. 약물의 기전은 뇌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맞추어서 증상을 조절하는 것인데 조현병이 발병하는 사람들은 많은 경우에 뇌신경전달물질이 불균형을 이루려는 경향이 계속 있어서 증상 재발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고혈압, 당뇨병과 같이 지속적으로 약물을 장기간 복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생화학적 원인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뇌신경전달물질이 과잉 혹은 결핍되는 경우 적은 스트레스로도 이를 견디지 못하고 쉽게 정신과적 증상이나 망상 등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보충하기 위해 (빈혈 때 철분을 먹는 것과 같습니다) 장기간 혹은 스트레스가 있을 때마다 약물복용을 계속 할 수 있습니다. 약물 복용만 잘해도 정상적인 직장, 가정 생활을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약을 조급하게 무리해서 끊어서는 안됩니다.
약물치료
조현병은 약물치료가 필수적입니다. 뇌에서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이 일어난다는 것이 입증되었고 약물은 혼란된 균형을 교정해서 증상을 조절해 줍니다. 환청이나 망상은 환자 스스로는 조절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증상으로 인한 고통이 크기 때문에 초기부터 약물치료를 시행하여 고통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약물치료가 개발된 것은 1950년대 이후로 지금까지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작용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많은 약물들이 개발되었으며 조현병 환자의 치료에 있어서 전기를 마련했습니다. 약물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의 지시에 순응하여 상태가 호전되더라도 계속 복용하는 것입니다. 처음 발병한 경우 급성증상이 사라진 이후에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 최소 1년의 유지요법이 필요하고 재발한 경우에는 유지요법의 기간이 훨씬 길어집니다.
과거에 쓰던 약물들은 증상조절의 작용 외에 부작용이 나타날 경우 표정이 굳거나, 몸이 굳고, 멍해 보이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에 '정신과 약을 먹으면 바보가 된다' '약을 먹으면 더 나빠진다'와 같은 오해가 있었습니다. 또 약의 반응은 개인의 체질에 따라 많이 다르기 때문에 처음 몇 번 먹고 부작용이 있다고 무조건 중단해서는 안되며 자신에게 편안하고 부작용이 없는 약과 용량을 찾을 때까지 계속 의사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부작용이 없고 양성, 음성증상에 모두 효과를 보는 약이 다수 개발되었습니다.
## 약에 중독되지 않나요?
중독성이 있는 약은 조현병의 치료제와는 전혀 종류가 다르며 현재는 새로운 약이 개발되어 다른 분야에서도 중독성이 강한 약은 사용되지 않습니다. 조현병의 치료제를 항정신병약물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오히려 다른 약들에 비해서 안전성이 뛰어나고 중독, 내성의 위험이 전혀 없습니다.
입원치료
입원이 필요한 경우는 자해, 타해의 위험이 있을 때, 증상이 심한데도 본인이 치료를 거부할 때, 정확한 진단을 위한 관찰과 평가, 치료계획을 위해, 돌볼 사람이 없어서 치료유지가 제대로 되지 않을 때 등입니다. 또한 입원함으로써 약물치료 외에도 정신치료, 집단치료, 환경치료, 오락치료, 사회기술훈련, 재활치료 등을 종합적으로 시행할 수 있습니다.
정신건강교육
병의 예후에 큰 영향을 주는 치료 방법중의 하나가 교육입니다. 환자와 가족 모두를 대상으로 해야 하며 조현병의 증상의 양상, 재발하는 징후, 재발징후를 감지했을 때 대처방법,
집에서 증상에 대한 대처방법, 재발예방법, 생활관리, 약물치료와 부작용에 대한 대처방법등 질병전반에 관한 것을 명확히 교육함으로써 치료에 대한 순응도를 높이고 치료효과를 높일수 있습니다.
재활치료
조현병의 증상 중 환자에게 큰 고통을 주지만 체계적인 치료가 쉽지 않은 것이 음성증상입니다. 환청, 망상의 증상이 좋아졌어도 환자는 직업기능, 대인관계기능, 인지기능, 에너지의 저하로 인해 사회로 돌아가는 것을 어려워하고 자신감이 없습니다. 이는 별도의 재활치료를 필요로 합니다. 사회기술훈련, 매일의 생활관리, 대인관계의 기회 마련, 직업기술훈련, 증상관리, 재발 예방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있으며 이를 체계적으로 시행하기 위한 낮병원과 복지시설들이 전국에 있습니다. 재활치료를 통해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재발율을 현저히 낮출 수 있음이 입증되었습니다.
가족치료
가족은 자신들이 잘못하여 환자가 발병했다는 죄책감, 지속적인 치료에 들어가는 돈과 에너지로 인한 부담감, 환자가 집에서 증상을 심하게 보일 때 대처방법을 몰라 혼란스러워 하는등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습니다. 또한 가족들의 대인관계 양상(비난, 감정표현이 과다, 높은 긴장도 등)이 환자의 증상을 악화시키기도 하므로 가족을 지지하고 교육하며 부정적인 가족관계를 교정하기 위해 가족치료가 꼭 필요합니다.
그룹홈(group home) 치료
일부 조현병 환자는 뇌기능장애와 질환이 심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워 가족이 늘 보호해 주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가족이 돕기 어려운 경우, 이러한 환자들만을 모아 가정처럼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치료방법입니다. 아직 많이 활성화되지는 않았으나 병원에 입원할 정도는 아니고 그렇다고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도 없는 만성환자를 중심으로 이러한 치료가 가능합니다. 약물 및 재활치료도 병행할 수 있습니다.